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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사이트

캐나다 직장 문화 - 부러운 점

지난 글에서 캐나다 직장 문화 중 예상과 달랐던 것들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다르다"를 넘어 "아, 이건 정말 부럽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직급이 아닌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

이건 많이들 알고 계실 거예요. 한국도 요즘은 '님'으로 부르는 회사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좀 달랐습니다. 처음 상사 이름을 부를 때 솔직히 많이 어색했습니다. 나중에는 조금 익숙해졌지만, 끝까지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어요. 아마 오랫동안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몸이라 그랬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부르면서 느낀 게 있어요. 호칭 하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꽤 달라진다는 거예요. 직급은 분명 존재했지만 한국처럼 수직적 분위기가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의견을 이야기할 때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고요.

물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해서, 어려운 상사도 있고 성격이 까다로운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기본적인 분위기 자체가 조금 더 수평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바로 집으로 간다

제가 특히 인상 깊게 느꼈던 건 가족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어느 날 직원 한 분이 급하게 다가오더니 반차를 써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아이가 아파서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는 거였어요. 그분은 남자 직원이었는데,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나갔습니다. 그 후로 비슷한 케이스는 종종 발생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아마 먼저 주변 눈치를 살폈겠지요. 그리고 보내주더라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상사가 있는 경우가 있고요. 그러나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가족에서 일이 생기면 휴가계 제출하여 팀장급에게 사인받고 HR 담당자에게 제출하면 끝. 그리고 제가 다니던 회사는 남성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자녀 양육 때문에 연차를 쓰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많았어요. 심지어 육아휴직 1년을 쉬시는 분도 계셨으니까요. 우리 나라도 이제는 아빠들의 양육 참여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육아휴직 1년 쓰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까 싶어요. 


🇰🇷 한국 직장
연차를 쓰기 전 눈치를 살피는 일이 잦다. 아이 관련 이유라면 특히 엄마가 더 많이 희생하게 되는 구조.

🍁 캐나다 직장
가족 문제 앞에서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아빠도 자연스럽게 육아 연차 사용.


이 부분도 그래요. 한국은 여전히 아이 문제 앞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많이 희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부분이 내내 부러웠습니다. 물론 캐나다 회사도 성과와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개인의 삶이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존중받는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연차 쓰는데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도 꽤 놀라웠어요. 한국에서는 연차를 쓸 때 괜히 사유를 길게 설명하게 되잖아요. 병원, 집안일, 개인 일정… 왠지 이유가 충분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그리고 상사 눈치도 보게 되고요.

캐나다에서는 그런 게 비교적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면 프라이버시 침해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요. 개인 시간은 개인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관심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는 문화였던 것 같아요.


출동한 소방대원이 도끼를 들고 내렸을 때

제가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 중에는 안전관리 관련 일도 있었습니다. HR과 급여 업무뿐 아니라, 정기적인 소방 점검, 비상 대피 훈련, 안전 교육 같은 것들도 함께 진행했어요. 그러면서 캐나다 직장 문화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는데, 그걸 가장 실감하게 된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그냥 평범한 겨울날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화재 경보음이 울렸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제조업체였기 때문에 혹시 공장 쪽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가 싶어 얼른 한 바퀴 돌며 살펴보았어요. 다행히 경보 시스템 오류로 인한 단순 오작동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매뉴얼대로 직원들을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시키고 소방대원들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필 12월이라 날씨도 꽤 추웠어요. 그런데 직원들 중 누구 하나 큰 소리를 내거나 불평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말없이 질서 있게 따라줬어요.

저는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상황은 처음이라 속으로는 꽤 긴장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차가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조금 놀랐어요. 소방대원 한 분이 커다란 도끼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걸 본 거예요.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습니다. 오작동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더 긴장이 되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화재 여부와 관계없이 출동 시에는 장비를 완전히 갖추고 움직이는 게 기본이라고 하더라고요. 소방대원들은 현장 전체를 꼼꼼히 살피고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돌아갔습니다.

💡 알고 보니 이런 시스템이었어요
캐나다는 건물마다 (가정집포함) 화재경보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집에서 경보가 울리면 신고를 하지 않아도 소방대가 자동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이라고 해요. 오작동이더라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오작동으로 소방대원들을 불필요하게 출동시킨 경우에는 벌금을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로 안전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어요. 그 전에는 형식적인 절차처럼 느껴졌던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한국에서는 그냥 서류에 사인만 해서 진짜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회사도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대비를 굉장히 진지하게 여기고 있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화가 사람들을 더 침착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아서 부러웠어요.

 

결국 기억에 남는 차이는

캐나다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꼭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거기 살기 좋죠?" 경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은 정말 예쁘고 좋습니다. 빌딩으로 가득한 느낌이 아니어서 평화롭기도 하고요. 그러나 실제로 살아보면 그 곳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고, 당연히 힘든 부분도 많습니다.  

업무의 측면으로 봤을 때 업무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고, 성과 압박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외국인이다보니 일하면서 느껴지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위축될 때도 있었고, 문화 차이로 혼자 조용히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캐나다 직장 생활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이상하게도 "조금 덜 숨막혔다"는 감정이에요. 외모나 옷차림 등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평가하는 경우도 없구요 그래서 주변 사람을 과하게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취향과 삶이 조금 더 존중받는 느낌. 그 차이가 제게는 꽤 크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